워터 워킹 볼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한 리조트에 갔습니다. 리조트 호텔은 비쌌지만 집에서 가까워 차로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굽이굽이 돌아가는 구간을 지나며 드물게 멀미를 조금 했습니다. 리조트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워터 워킹 볼이었습니다. 줄을 서 있던 제게 공은 아주 커 보였습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안에서 뒹구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제 차례가 되자 조금 긴장했습니다. 떨어질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똑바로 서지 못해 다른 아이들처럼 뒹굴어야 할까 봐 걱정됐습니다. 뒹굴지 않으면 이 놀이를 손해 보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안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방수 지퍼를 닫고 나서는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앉고, 눕고, 고개를 들어 오후의 빈칸하늘을 바라보며 몇 분이 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있었고 햇빛은 조금 눈부셨습니다. 호수의 수면을 따라 몸이 살짝 흔들리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주변이 아주 조용하다고 느꼈습니다. 나온 뒤 아버지는 왜 더 뒹굴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았고, 나중에 무슨 말을 나눴는지도 잊었습니다. 그 뒤로는 이런 고요함을 다시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해야 할 일은 늘어났습니다. 실제의 소리, 거짓된 소리, 머릿속에서 상상한 소리가 깨어 있는 동안 나를 둘러싸고 잠들 때까지 함께합니다. 사실 공 안에도 소리는 있었습니다. 다만 지퍼를 닫기 전과 후의 음장이 너무 달라 귀가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스피커로 백색 소음을 계속 틀다가 갑자기 끄면 귀가 순간적으로 훨씬 고요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먼저 일부러 아주 많은 일을 생각한 다음 갑자기 멈추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그걸 멍때리기라고 해요.” 나는 짧게 대답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그냥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일은,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멍때릴 수 없더라도 잠깐 딴생각을 하면 지금 이 순간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워터 워킹 볼 안에 있던 나를 떠올리는 일도 그 고요함을 다시 느껴 보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러자 원래 퍼즐 조각처럼 바다에 흩어져 있던 글자들이 물장구치며 한 장의 그림을 이루고, 머릿속의 파도에 따라 위아래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