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2026.10.27

《느린 비명》 을 수정하다가 QQ 공간에 있던 이 글도 함께 옮겨 왔습니다. 아래는 15년 전의 원문입니다.

서문

고등학교 1학년 때 쓴 첫 주간 일기이며, 폴슨 월(Paulson Wall, 중국어 음역)이 처음 등장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추리소설은 아니고, 짧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부르는 편이 맞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후의 추리소설을 읽기 전에 이 글로 몸을 풀고 이 장르의 분위기도 알아보세요.

1

기차 객실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고 좌석에는 노인 한 명만 앉아 있었습니다. 기차의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평온했고, 고요한 밤과 서로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기차는 이미 낡았고 전등도 밝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관장이 돈을 아끼려고 한 조치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 역에 도착하자 한 남자가 객실에 들어와 노인의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노인은 그와 띄엄띄엄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 졸리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인 채 깊이 잠들었습니다. 기회가 왔다고 남자는 생각했습니다. 하늘은 노력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 노인을 보세요. 롤렉스 시계, 보석이 박힌 반지, 사치스러운 옷. 하지만 남자의 가장 큰 관심은 노인의 서류 가방이었습니다. 안의 물건을 아주 쉽게 훔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 초보였지만 자신에게 이런 “특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조용히 노인 옆에 앉아 자신의 서류 가방을 무릎에 올렸습니다(안에는 값비싼 전리품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빠르고 소리 없이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보석이었습니다! 남자는 손에 든 물건을 보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보석을 서류 가방에 넣으려는 순간, 가느다란 끈이 보석을 꿰고 있었고 그 끈은 노인의 가방 안에 든 작은 방울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남자는 작은 칼이 없었고 소리를 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보물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놓고 노인의 맞은편으로 돌아갔습니다. 견디기 힘든 한 정거장이 지나고 남자는 서류 가방을 꼭 끌어안은 채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방 속 전리품을 꺼내려던 순간, 안이 완전히 뒤죽박죽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남자는 급히 잃어버린 것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이 늙은 여우가……” 확인 결과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도난당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골똘히 생각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곧장 집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독자에게 도전

엘러리 퀸의 작품에서 독자에게 추리 과제를 내는 장면은 자주 회자됩니다. 이번에는 저도 작게 시도해 보겠습니다. 물론 전제는 하나 있습니다(바로 지금 이 경우처럼). 단서는 앞에 모두 나와 있고 빠진 것이 없어야 합니다. 이처럼 짧은 분량에서 실마리를 정리하는 일은 실제로 쉽지 않습니다. 이제 질문하겠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노인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젊은이는 그 뒤에 어떤 행동을 했을까요? 잘 생각해 보세요!

2

“이봐, 폴슨. 뜸 들이지 말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 줘!” 나는 태연한 표정의 폴슨을 재촉했습니다. 폴슨은 앞의 이야기를 다시 설명한 뒤 혼자 차를 우렸습니다. 그가 차를 내 앞에 가져왔을 때 나는 이미 기다리다 지쳐 있었습니다. “오, 찰리. 서두르지 마.” 폴슨은 자기 잔에도 차를 따랐습니다. “직접 생각해 보면 안 되겠어? 후…… 알겠네.” “우선 도둑이 물건을 훔치지 못했고, 초보자였으며, 이번이 첫 실패였다고 하자. 그때 기분이 어땠을까? 분하고 낙담했겠지. 즉 그 순간(잘 들어) 그는 냉정을 잃었고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 없이 도망칠 생각만 했네. “그런데 도망에 성공해 집에 돌아와 보니 전리품은 어질러져 있지만 도난당하지는 않았지. 그제야 진정했고, 영리한 머릿속에 진실이 천천히 떠오른 거야……” 여기까지 말한 폴슨은 기묘하게 웃었습니다. 폴슨 월은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떤 물건이 명품인지 어떻게 알아볼까? 당연히 브랜드 표시를 보지! 하지만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는 노인이 걸친 옷과 장신구가 진짜처럼 보일 수 있어. 상표는 시계나 옷이나 바지에 붙일 수 있고, 반지의 보석은 진짜일지도 모르지만 누가 그것을 훔치겠나. “끈에 연결된 보석으로 돌아가 보자. 생각해 보면 누가 귀중한 보석에 구멍을 두 개 뚫고 방울을 연결하겠나? 그것도 낡아서 소리조차 나지 않는 방울을 말이야.” 나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뭐라고?! 소리가 나지 않는 방울이라고?” “진정해…… 작은 방울은 아주 예민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를 내지. 그런데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맑은 방울 소리를 듣지 못했어. 좋아, 보석이 정말 귀중한지는 잠시 제쳐 두자. 동기만 봐도 수상하지. 소리 나지 않는 방울은 분명 남자를 겨냥했고, 진짜처럼 보이는 옷과 장신구도 남자를 겨냥했어. 일부러 남자와 친한 척한 것조차 남자를 겨냥했을 수 있지. 여기에 남자의 서류 가방까지 더해 보자. 남자는 내린 뒤 계속 가방을 꼭 안고 있었으니, 가방을 어지럽힌 사람은 노인일 수밖에 없어. 무엇이 떠오르나?” 폴슨은 깊게 숨을 들이켰습니다. “강한 자 중에도 더 강한 자가 있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추측했습니다. “그저 훈계하려던 것이라고? 맞아. 하지만 절반만 맞혔어. 남자의 가방에서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으니까. 노인은 얼마든지 도둑질한 물건을 빼앗을 수 있었지만 조용히 가방만 어질러 놓았지. ‘다른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남은 하나가 아무리 믿기 어려워도 진실이다.’ 셜록 홈즈가 한 말이야. 그래, 가르침이었어. “무엇을 가르쳤을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지. 하나는 ‘실력이 부족하니 더 훈련하라’는 것. 하지만 영리한 사람은 두 번째를 생각해. ‘악을 버리고 바른길로 돌아가라.’ “그럼 진실은 밝혀졌네. 다행히 남자는 정신이 멀쩡했고, 몰래 전리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놓았어. 이 일은 그것으로 끝났지.” 말을 마친 폴슨은 길게 숨을 내쉬고 의자에 누웠습니다. 벽난로가 타닥타닥 내는 소리가 폴슨에게 박수를 보내는 듯했습니다. “정말 좋은 이야기야.” 내가 말했습니다. “이야기?” 폴슨이 다시 몸을 일으켰습니다. “아니, 사실이야. 그 남자는 바로 나였어. 더 놀라운 이야기도 있지. 몇 년 뒤 나는 탐정으로서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믿고 그 스승을 직접 찾아 나섰어(그 과정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많이 있었고). 알고 보니 그는 유명한 마셜 라일리 경감이었지! 그는 길을 잘못 든 인재인 나를 발견하고 노인으로 변장해 작은 계략으로 ‘심연’에서 끌어냈어. 지금은 내가 그보다 더 뛰어나지만, 영원히 감사해야 할 사람이야.” 폴슨은 웃고 다시 의자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았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우연히 벽난로 선반 위의 투명한 상자를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상자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마셜 라일리가 폴슨 월에게 선물함 상자 안에는 보석에 연결된 방울이 놓여 있었습니다. 불빛을 받아 반짝였지만 작은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 2011.9.3에 씀